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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Weekly InSIGHT #71 리그 구조 점검

by Blog.bigpico 2023. 11. 10.

이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와 비교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저는 지난주 수요일에 광주 아시아 이스포츠 센터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참석을 했는데요. 주제는 '이스포츠의 스포츠화 현황'이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스포츠는 스포츠와 거의 같다.' 그 질문에 대해서 저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하였습니다. "만약 스포츠가 큰 형이라면 이스포츠는 동생이기 때문에 완전한 외부에서 보면 같다고 여겨질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족이 볼 때는 또 너무 다른 점이 많다고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저의 대답이 어떻게 느껴지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스포츠 분야에 오래 종사한 분들과의 대화 시에는 주로 이렇게 설명하는 제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스포츠와 이스포츠의 차이점 중에 대표적인 것은 물리 공간의 필요 여부입니다. 여기서 물리 공간이라 함은 경기를 하는 경기장을 의미합니다. 하나는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성된 경기장이 필요하고 다른 하나는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는 단지 경기를 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아닌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물론 경기와 게임을 늘 구분해서 판단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 테면 동네에서 당구를 칠 때 그것을 경기라고 해도 되고 시합이라고 하거나 그냥 게임이라고 해도 됩니다. 용어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른 사용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본래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어요. 

 

이스포츠는 게임을 하는 것을 이스포츠라고 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말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테면 '엄마나 1000원만 줘! PC방에 가서 이스포츠 하게!'라는 표현은 맞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을 그저 게임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사용한다 해도 인정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게임을 하는 행위 중에서 이스포츠는 있습니다. 이에 영어로는 반드시 구분된 표현으로 'Organized'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국문으로 번역하면 '조직화된'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조직화를 한다는 뜻은 경기를 조직화한다는 의미가 되고요. 경기를 조직화한 것을 이스포츠에서는 대회라고 부릅니다. 즉, 이것이 이스포츠예요. 

 

그런데 어디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스포츠라면 어디서 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은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포츠는 현실세계(오프라인)가 아닌 곳에서 경기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것에 관해서 언급을 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기 때문이지요. 장담을 해보면!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없으실 거예요. 왜냐하면 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 우리는 결과적으로 잘 맞지 않은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모든 대회가 물리적인 장소가 필요한 스포츠를 무지성을 따라 하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극단적으로는 이스포츠는 1부 리그 외로 다른 리그가 필요 없습니다. 스포츠에 하부 리그가 필요한 이유는 하부 리그가 없으면 유망주를 발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다릅니다. 2부 리그가 없어도 1부 리그에 뛸 선수를 구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스포츠는 경기를 할 수 없으면 실력을 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경기장이 없어도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실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온라인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온라인에서 솔로 랭크 실력이 좋은 재목들이 나타나면 테스트를 보고 선발해 훈련시킨 후 데뷔시킵니다. 오!~ 이것을 양지로 들어낸 것을 2부 리그라고 말을 하기에는 대체로 지금의 사이즈는 필요 이상으로 무겁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조와는 다르게 저는 하부 리그 자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와 같은 톤으로 이야기를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직 하부 리그가 무지성으로 스포츠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잘 못된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적합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시기에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후원하고 싶은데 팀으로만 후원을 해야 했습니다. (사이즈가 너무 커서) 후원을 포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2가 등장하고 다시 개인 후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브랜드들이 다시 우리 씬에 등장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리그는 성공적인 리그였으나 다만 모든 면에서 강점을 지녔던 것은 아닙니다.    

 

퍼블리셔에 대한 우리의 제안은 언제나 최대로 가벼워야 합니다. 돈을 내기 때문이죠. 그리고 옵션이 많아야 합니다. 만약 1부 리그에서 확장을 시도한다면 2부 리그가 부담이 되지 않는 형태로 접근해야 합니다. 만약 1부 리그만 운영을 하고 싶다면 2부 이하의 리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프로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만약 1부 리그를 더 가볍게 운영을 하고 싶다면 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1부 리그가 반드시 숙식을 제공하고 최소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있는 팀들이 신규 종목의 팀을 창단하는 것이 반드시 답인 것이 아닙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의 이스포츠를 통한 성공에 대해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오버워치 리그는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물론 그 의미가 오버워치가 더 이상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큽니다. 우리는 이 이슈를 들춰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굳이 에이펙스를 없앴어야 했나 등과 같은 질문일 것입니다.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무리하게 1부 리그를 위에 올리고 2부 리그를 그것에 따라오게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해를 마실 것은 그것만이 오직 유일한 이유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그러한 담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퍼블리셔에 이 사례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드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OverWatch League

 

퍼블리셔는 자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게임 안에서 발행하고 있는 팬덤으로 인해서 탄생하는 문화를 이스포츠로 승화시키는 것을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이스포츠는 이스포츠가 알고 있는 프레임 속에 이스포츠를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 프레임 속에는 전통 스포츠의 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스타크래프트 이스포츠의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유산은 귀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만 유산 중에는 일부만 전통이 되고 전통은 계승이 될 때 발전을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닙니다. 결론을 내리면 클라이언트의 게임 팬덤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 끝이 같다고 해도 늘 시작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파트너로 보게 됩니다. 

 

회사 면접을 볼 때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그 회사의 분위기를 안다면 채용하는 데 있어 더욱 플러스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인턴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금방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업계는 언제부터인가 게임에 대해서 자세한 사항을 알려주는 일을 퍼블리셔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을 미친 듯이 좋아해서 이 업계에 들어오는 인재들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게임을 전혀 하지도 않는 동료들도 주변에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기술들을 지닌 인재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결국 그것 때문에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게임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디아블로 개발자들도 평타로만 사냥을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어요. 누가 또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냐 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리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아요. 언제부터인가 하부리그는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는 하부리그에만 국한하지 않아요. 메이저 대회도 너무 무겁습니다. 상대적으로 이제는 The International의 오프닝이 수수해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면 좋은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그것만이 맞는 선택인 것처럼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시장을 위축되게 만듭니다. 아이폰 프로맥스만 팔리는 가치를 가지는 시장이서는 안됩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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